03/11/10 마드리드 하루에 둘러보기

어제는 저녁에 마드리드에 떨어져 시내 들어오니 이미 밤 열시였고, 내일모레 리스본 가는 비행기가 새벽 비행기라 내일은 공항 근처 호텔에 가서 자야 하는 관계로 어쩌다보니 마드리드에서 온전히 보낼수 있는 시간은 오늘 하루 뿐이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나간다고 나가 열시쯤 나갔더니 식당들도 거의 문을 열지 않았을 정도로 이곳에서는 이른 시간이었다.
어제 저녁에 잠깐 본 대로 마드리드는 도시 전체가 파리와 로마와는 다른 느낌의 웅장함이 있었고 너무나 멋 있었다.

쓰레기같은 호텔의 가장 좋은 점은 역시 뭐니뭐니해도 위치였다. 호텔에서 나와 5분만 가면 중심 광장인 Sol이 나왔고 그 주변으로 도시가 펼쳐졌다. 쇼핑을 좋아하는 자라 아울렛부터 찾아갔다.  (Lefties라는 이름의 매장이 아울렛이라고 fodors에 나와있었다.)
마드리드 시내에 두 군데가 있다는데 그중 우리 호텔에서 Sol 광장 가는 길목에 있던 Calle de las Carretas라는 길에 있었는데 TJ Maxx같은 분위기에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았지만 자라나 다른 브랜드의 물건은 그리 많지 않고 자체 브랜드로 Lefties라는 태그를 달은 옷들 위주였다. 적잖히 실망을 하고 나와 보니 근처에 zara 및 그 계열들인 Pull and Bear, Bershka 매장들이 줄줄히 보였다. 아울렛 매장은 아니고 정식 매장인데도 모두 세일 하는 물건들이 엄청 많았다. 특히 자라에서는 이것저것 싸게 많이 건질수 있었다. 달룡이는 무려 양가죽 자켓을 15유로에 건졌고, 나도 긴바지를 8유로에 건지는등 매우 보람찼다.
세일을 안 하는 옷들도 이미 태그에 보면 같은 유로를 쓰지만 스페인, 포루투갈 가격은 그외 유럽에 비해 더 싸게 따로 가격이 적혀 있었다. 원산지라고 그런건지 경제사정이 더 못 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10%이상 저렴했다.

매장을 나오자마자 신나서 아까 15유로에 건진 가죽자켓을 입고 솔 광장으로 갔다. 마드리드의 광장은 이태리의 광장과는 많이 느낌이 달라 좀 더 활기찼고 몇 블록만 걷다보면 또 나올만큼 길은 광장에서 광장을 잇는 수단인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야 간신히 12시가 되어 정식 식당들은 애매하고 kfc가 보이길래 들어갔다.
12시가 되서야 문을 열기 시작한 KFC는 가격은 착하지 않았지만 맛은 감히 여행하면서 먹어본 KFC중에 최고로 맛 있었다.

밥을 먹고 우선 궁전을 갔다. 생각만큼 화려하지 않으면서 하얀 건물은 아름다웠다. 궁전을 보고 조금 더 걸어 마드리드의 상징같은 돈키호테 동상을 본후 지하철을 타고 패션의 거리라는 Serrano를 갔다.
Nunez de Balboa역에서 조금 걸어가니 부티크 및 카페들이 마구 나오기 시작했다. 루이비통이나 샤넬등 명품이라 할 곳도 다 이쪽에 모여 있었고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Zadig & Voltaire매장이 무려 3개나 연달아 있던 것이었다. 
따로 운영 되는 매장이 맞는게 겹치는 물건도 팔던데 왜 3개씩이나 있는지는 스패니쉬가 딸려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 했다.  
세라노 거리를 걷다 보니 El Corte Ingles라는 꽤나 큰 규모의 백화점이 보였다.
밀라노의 리나신테, 파리의 라파옛, 베를린의 Kadewa등 이 도시를 대표하는 백화점인듯 하여 구경을 갔는데 무엇보다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Tumi가방 일부 품목이 무려 50%를 세일 하는 것이었다. 달룡이의 트렁크가 피렌체에서 기차를 잡아 타려고 뛰다가 철로로 굴러떨어진후로는 바퀴가 맛이가 끌기 심한 상태가 되어 가뜩이나 필요했다.
트렁크들은 세일 항목이 많지는 않고 가방들이 많았는데 비록 T-Tech라인이었지만 하드케이스로 된 트렁크가 세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50%까지 세일을 한다, 여기에 택스까지 환불받으면 투미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싸졌지만 그래도 한 가격했기 때문에 선뜻 구매할수는 없었다. 유럽에 와서 이리저리 돈이 많이 들었지만 세일+면세를 생각하면 23만원밖에 안 하는 유혹을 쉽게 뿌리칠수는 없었다. 백화점을 다 돌고 바깥에까지 나갔다가 결국 다시 들어와 중간 사이즈를 사기로 했다.
작은 사이즈가 사실 우리 가방과 비슷한 사이즈라 편하긴 할텐데 중간 사이즈가 가격차이가 10유로 미만으로 거의 없었고 우리도 자꾸 짐이 늘어 트렁크가 터져 나갈것 같아 이번 기회에 좀 큰걸로 사기로 했다. 하지만 카운터에 가서 가격을 찍으니 50%라 했던 이 가방은 세일폭이 40%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똑바로 얘기를 해줬으면 헛물이나 안 켜지. 괜히 가방을 살 마음에 부풀었다 김만 샜다.

허탈하게 백화점을 다시 나와 근처에 있던 스타벅스를 들어갔는데 나는 김이 새서 앉아있고 달룡이가 커피를 사러 갔다가 일이 터졌다. 커피를 사려고 줄을 서 있던 달룡이를 현지 고딩 여학생들 무리가 커피를 들고 걸어가며 지네끼리 잡담을 하며 가다가 달룡이의 새로 산 자켓에 그만 커피를 엎은 것이었다. 모카였는지 초코렛 시럽이 새 자켓에 잔뜩 묻어버렸고, 그중 영어를 그나마 하는애가  말은 미안하다고 했다. 우린 싸게 산 옷이지만 이게 오늘 산 진짜 가죽 자켓인데 그냥 커피도 아닌 초코렛 시럽까지 엎어놓고 휙 가버리려고 했다. 저쪽에서 책을 보다 달룡이가 찾는 소리에 나타난 나는 그 애들에게 드라이 크리닝 비라도 물어내라고 좋은 말로 하니 고것들이 심지어 달룡이가 움직이다가 부딫친거라며 쌍방과실이라고 뭔 크리닝비라고 헛소리를 지껄인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럼 경찰을 부르자고 하니 뭔 이딴 일에 경찰을 부르냐며 그 미친년들이 야 가자 하더니 우르르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 상황에 내가 폭발한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들고 있던 책을 바닥에 내팽게치면서 어딜가냐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더니 그제서야 찔끔했는지 뭠춰섰다.
우린 당연히 경찰 번호를 모르고 직원들에게 경찰을 부르라고 하니 우물쭈물 미동도 안 한다. 매장안에 있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도와준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었다. 당연히 경찰을 부른다고 해봤자 여행자인 우리 편을 들어줄것도 아닌것은 자명했고 우리만 귀찮게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욕이나 더 해주고 가라했다.

걔네들이 나간후 무엇보다 매장에서 일어난 사고처리에 화가난 난 매장직원에게 따졌다. 주문하려고 서 있던 사람에게 걔네가 잘못해서 쏟은건 너네가 더 잘알텐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수 있는지. 하지만 매장 직원들은 하나같이 지네는 영어 못 한다고 빠지려고 했다. 내가 매니저 나오라고 하니까 그중 한 여자직원이 지가 매니저였는데도 그런 어이없는 짓거리를 한 것이었다.
너넨 이런 문제를 이렇게 입 닥치고 나몰라라 하냐니까 말을 못 하고 가만히 있고 결국 본사에 신고할테니 명함 내놓으라고 해서 명함 하나를 받아 나왔다.

사고친 그년들을 단순히 같은 나라 사람이라고 그런건지, 걔네가 무서운 애들이라 그런건지, 단지 남의 일에는 끼지 않으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싸가지없고 비겁한 이나라 인간들의 짓거리에는 화가 안날래야 안 날수가 없었다. 다행히 옷에는 큰 문제 없이 얼룩은 지울수 있어 더이상 클레임은 안 했다.

이 사건으로 심신이 피곤해져 박물관 가려던 것을 취소하고 호텔로 돌아와 옷도 닦을겸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우리가 간 Botin이라는 레스토랑은 1725년도에 오픈한 곳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와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이었다. 예약을 안 하면 먹기도 힘들다고 들었지만 홈페이지 예약은 이미 끝났고 전화예약은 그쪽이 영어를 하는지 몰랐기에 비싼 로밍 전화로 하기가 망설여져 안했다.
밥을 늦게 먹는 이나라 특성상 레스토랑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 가면 테이블 없겠냐는 생각에 10분정도 걸어 7시반쯤 찾아가니 다행히 walk in이 가능했다. 비록 들어가자 마자 좋은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늘 말고는 먹을 기회도 없는데 다행이었다. 
난 마드리드의 어린돼지 통구이와 달룡이는 filet mignon을 시켰다. 와인 대신 시킨 와인을 탄 음료라는 상그리아도 맛 있었고 애피타이저 및 메인 모두 맛은 좋았지만 관광객용 레스토랑인만큼 가격은 싸지 않았다. 애피타이저로는 가볍게 샐러드만 먹었는데도 70유로 정도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구경이라는 명분이 없다면 아마 같은 음식을 다른 곳 가서 더 싸고 잘 먹을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마드리드는 비록 작은 사고도 있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가장 후회가 가는 일정 중 하나였다. 포루투갈 갔다가 바르셀로나 가서 지내는 일정을 조금 줄이고 마드리드를 좀 더 늘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마드리드는 자기 색깔도 강하고 아주 마음에 쏙 드는 도시였다.

활기찬 마드리드의 Sol 광장


KFC도 아이슬란드 이후 처음이고 맛도 좋구나

무려 15유로에 양가죽 자켓을 자라에서 건지고 신난 달룡이
스페인 궁전
궁전의 정원
마드리드의 상징같은 동키호테 동상

패션의 거리인 Serrano

우리를 김 새게 한 El Corte Ingles백화점

세라노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있던 문. 개선문인가보다

마드리드의 지하철 역
현대적으로 번화한 거리인 Gran VIa
저녁을 먹으러 간 Botin 옆의 Mayor 광장


1725년 오픈했다고 기네스에 올라와 있다고 자랑하는 메뉴판
와인에 오렌지쥬스등을 섞어 만든 일종의 칵테일인 Sangria
왠지 러시아 같은 느낌이 났던 인테리어. 이름탓일까 

이게 그 유명한 마드리드의 어린 돼지 통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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