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3/10 부에노스 아이레스 최고의 스테이크 집 La Cabrera

달룡이는 어제 저녁 8시쯤 쓰러지고 난 오랜만에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다 한두시간 더 있다 잤다. 당장 부에노스 아이레스도 그렇고, 갑자기 정해져버린 우루과이도 찾아봐야 할게 많았다. 그때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레스토랑을 검색하다 보니 한 스테이크집이 이구동성으로 모두 추천하는 곳이 있었는데 지도를 보니까 우리 아파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Palermo라는 지역은 Recolleta와 함께 가장 안전하고 괜찮은 동네라 하더니 맛집도 있구나. 예약은 필수라 하길래 냉큼 전화를 걸었다. (고맙게도 Atenea Suites는 로컬 전화도 무료!) 벌써 오늘 내일은 자리도 없고 모레 저녁 9시반에만 간신히 있다고 해서 예약을 해놓고 나도 잠이 들었다.

잠을 한참 자다가 퍼뜩 깨서는 다시 잠이 오지 않는데  시간은 겨우 새벽 3시. 7개월째 여행은 하고 있지만 서쪽으로 조금씩 움직이다 보다 갑자기 5시간의 시차는 우리에겐 상당히 컸다. 아무리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은 오지 않고, 결국 새벽 5시에 아침을 해 먹고 또 다시 이런저런 검색에 들어갔다. 달룡이는 저혈압이 심해 시차에 빨리 적응하는게 나로써도 매우 편한데 어째 글렀다. 어쨋건 오랜만에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 컴컴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건  tv와 인터넷뿐이었다.

남미가 다 그렇다고 하듯 이곳도 매우 하루가 늦게 시작된다고 하고 우리도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니 11시가 다 되어서 아파트를 나섰다. 우선 들른 곳은 어제 못 찾은 현금을 찾기 위해 atm을 들렀다. 그런데 이곳 시내 atm들도 모두 약 5불의 atm 수수료가 있었다. 한두군데도 아니니 모든 은행이 수수료를 있나본데 원래 현금을 들고 다니길 좋아하지 않고 가뜩이나 강도 소매치기가 많다는 남미인데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좀 많이 찾아 500페소를 찾았다. 대충 300페소를 9~10만원이라고 보면 되니 500페소면 16만원 정도였다. 너무나 큰 현금이 부담스러워 다시 아파트로 돌아와 아파트 금고에 돈을 지갑채로 넣고 50페소의 현금과 카드 두장만 들고 나갔다. 그런 후 찾아간 곳은 어제 밤 예약한 레스토랑. 점심 영업도 한다면 행여나 줄이 없을까 하고 그냥 찾아가봤다. 내가 점심에 먹고 싶었던 이유는 오늘 가능하면 빨리 먹어 보니 좋은 점도 있고 사실 내일 모레라 해도 그 밤중에 나와 여기를 간다는 것이 내키지 않아 오늘 못 먹더라도 거리라도 볼 심산이었다.

생각보다 palermo라는 지역이 넓어 걸어서 10분 넘게 걸렸는데 우리 호텔에서 1자 길이라 길이 어렵지는 않았다. 길에 사람은 없어 조금 횡했지만 기본적으로 보이는 샵들도 괜찮아 보이고 무섭지는 않았다. 다만 지나가던 경찰이 우리의 카메라를 보고 현지어로 카메라 조심하라고 말을 해 줄 정도로 괜찮은 동네라 해도 외관으로는 아무것도 안 보이도록 조심을 해야했다.  도착을 해보니 La Cabrera Norte(north)라는 2호점이 먼저 보였는데 그곳은 점심 장사를 하지 않았고, 본점인 La Cabrera는 점심이 있었다. 12시인데 아직도 이곳 기준으로는 이른 시간이라 세팅을 하고 있는 중이었고 우린 냉큼 두명이라며 자리 있냐 하니까  예약을 안 했으면 도로에 간이 테이블을 놓은 자리만 된다고 했다. 노천 카페 스타일도 좋지만 우린 안 쪽 분위기가 더 좋아 보였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6월 날씨는 꽤 쌀쌀해 멀리서 온 여행자라며 안쪽 안되겠냐고 사정을 하니 고민끝에 고맙게도 안에 자리를 해줬다. 생각지도 못 하게 walk in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행운이었는데 무려 점심에는 런치 세트가 있어 가격도 착했다. 메뉴는 스페인어 위주라 잘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핸드폰에 넣어간 사전으로 단어를 찾아가 스테이크로 보이는 놈으로 두개를 시켰다. 애피타이저로는 chorizo 라는 소세지가 나왔는데 이미 맛이 끝내줬다. chorizo가 스페니쉬로 소세지인가본데 우리 스테이크도 bife de chorizo라고 써 있었어서 또 소세지가 나오는거 아닌가 하고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그건 스테이크였다. 그럼 초리죠란 단어는 대체 뭔가? 귀찮아서 그냥 모른 채로 남미 다 다녔다 ㅋ

 런치 세트라 스테이크가 크지는 않았지만 기를이 잘잘 도는게 역시 스테이크의 땅 남미에 온것이 실감났다. 이곳에서 우리에게 놀라운 점은 두가지가 있었는데 첫번째 고기를 익히는 정도를 묻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책을 보니 남미는 그냥 알아서 medium으로 나온다. 그리고 두번째는 후추의 부재였다. 남미는 왠지 미국과 가까운 문화일것 같아 당연히 고기도 좋아하니 후추도 좋아하겠지 싶었는데 이놈들 소금만 먹지 후추가 없다. 아 스테이크는 굵은 소금과 통 후추가 씹히는게 제 맛인데 뭔가 아쉬웠지만 결국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나하나 포기하고 말자라는 생각에 체념했다

세트는 무려 생수와 와인 포함해서 가격이 한 사람당 한국 돈으로 2만원이 안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주로 우리같은 세트는 안 먹고 한상 제대로 시켜서 애피타이저도 3-4가지 시켜서 나눠먹고 스테이크도 엄청 큰 걸로 먹던데 당연히 그렇게 먹으면 더 즐겁겠다만 이 가격에 이만큼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황송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테이블로 추파춥스 같은 사탕을 트리째로 갖다줘 하나씩 뽑아 먹고 둘이서 120페소가 나온 빌을 기쁜 마음으로 계산하려고 카드를 냈는데... 우리 카드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우린 어제도 호텔에 체크인할때 긁은 거라 그럴리가 없다며 다시 시도를 해봤는데 계속 승인 자체가 안 떨어졌다. 차라리 승인거절이면 나에게 sms가 오니 알텐데 문자가 아예 안 들어오니 이곳 은행 또는 통신의 문제인거 같은데 현지인들의 카드는 문제없이 잘 되었다. 갖고 온 카드는 비자와 마스터였는데 둘 다 똑같이 안되어 결국 달룡이는 레스토랑에 두고 나 혼자 현금과 혹시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멕스를 가지러 갔다. 현금 수수료가 비쌌기 때문에 더더욱 카드 사용이 절실했는데, 다행히 왕복 거의 30분을 한 보람이 있도록 아멕스 카드는 잘 긁혔다. 나중에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곳곳에서 경험한 건데 황당하게 한국에서 가져간 비자와 마스터 카드는 잘 안 먹고 아멕스 카드만 되는 경우가 꽤 흔했다. 아멕스는 세계적으로 잘 안 받는 곳이 많고 atm은 주로 안되어서 계륵같이 생각했었는데 남미에서 진가를 발휘하게 된 아멕스 카드였다.

레스토랑을 나올때는 이미 2시정도 되었는데 어느새 줄이 한참 길어졌다. 왠지 줄까지 서는 곳을 안쪽에서 잘 먹고 나온것이 뿌듯하고, 30분동안 테이블을 못 비워줬던게 미안했다. 아직 피곤도 하고 시내 나가기엔 조금 늦은것 같아 시내는 내일 가보기로 하고 동네 한바퀴 구경한 후 아파트로 돌아왔다.

먼저 보이던 2호점 La Cabrera Norte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던 본점 Parrilla La Cabrera. Parrilla는 steakhouse란 뜻인듯

묵직한 소 모양 접시가 인상적

기본 세팅으로 깔아주던 머스타드와 마늘

애피타이저로 준 소세지. 실제로 보면 상당히 크고 두터운게 맛도 끝내줬다.

그리고 등장한 메인 스테이크

빈약해 보이지만 우리나라 런치 스테이크보단 한참 큰게 200g~250g은 될듯

어느새 한산하던 레스토랑이 꽉 찼다. 벽에 붙어있는 소부위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밥을 다 먹고 테이블로 갖다 주던 사탕나무 ㅋ

나올때 쯤 긴줄이 생겨버린 레스토랑. 바르셀로나 시푸드 레스토랑 이후 왠지 부뜻했던 순간 ㅋ
(http://minmay.com/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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