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2/10 칠레가는 길 만난 안데스 산맥

오늘 아침 버스가 다섯시간 반이 연착되서 새벽 3시반에 버스를 타고는 계속 정신을 잃고 자다가 깨보니 어느덧 멘도자를 다왔다. 멘도자(Mendoza)는 아르헨티나 와인의 총본산이었는데 추수가 끝난지 얼마 안된 모습이었다. 사실 난 여행다니며 여기저기 많은 와인밭을 봤기에 멘도자를 따로 일정에 넣지 않고 오늘 버스를 타고 지나만 가게 되었는데 달룡이는 지나가다 본 이곳 풍경이 너무나 좋았다고 한다. 진작 그럴 줄 알았으면 여기서도 하루 묵어가면 버스도 끊어서 타고 좋았을텐데, 역시 여행은 가는 사람마다 보고 느끼는것은 참 많이 다른 것 같다. 멘도자쯤 되니 어느덧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국경인 안데스 산맥이 보이기 시작한다.

안데스 산맥은 우리가 있는 곳이 평지라 그런지 더더욱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져 보였다. 민트 초코렛 포장지에서만 만나보던 안데스 산맥을 실제로 보니 실로 웅장하고 아름다워 그 모습에 압도될 수 밖에 없을 정도였다. 그동안 눈이 없는 남미라서 더욱 그런지 몰라도 장관도 이런 장관이 없었다. 관광버스는 아니었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이 버스를 타고 안데스 산맥의 장관에 넋을 놓아볼만 하다. 안데스 산맥이 보인지 한참지났지만 가도가도 산맥은 그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있었다. 더이상 지나가는 차는 많지 않은 한 시골 동네에서 잠깐 버스를 멈추더니 운전수 아저씨가 한 가정집 같이 보이는 식당으로 뛰어 들어가 우리 식사용 도시락을 들고 왔다. 남미와서 많이 먹게 되는 스페인식 만두라 할수있는 엠파냐다에 고기 튀긴게 올라간 밥이 오늘의 메뉴였다. 아르헨티나 음식은 조금 마일드 한 것만 빼고는 특별한 향나는 재료가 들어가는게 없어서 그런지 먹기 편했다. 밥을 먹는 동안 비디오를 하나 틀어줬는데 영화인가 했더니만 한 남미 가수의 콘서트였다. 마치 예수님같은 스타일의 한 가수가 느끼하게 노래를 부르는데 영상속의 콘서트에 간 사람들은 말할것도 없고 버스를 타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와 국가를 초월해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는데 가수가 누군지도 모르는 우리가 보기엔 너무 신기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사람은 Marco Antonia Solis라는 중남미권의 전설적인 가수였다. 원래는 멕시코 출신이라는데 무려 할리우드 Walk of Fame에 비영어권 가수로 유일하게 이름이 박혀있다고 한다.

밥을 먹으며 드디어 안데스 산맥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덧 길을 비롯한 주변이 모두 눈으로 뒤덮혔고 눈을 처음 보는듯한 모습의 버스속의 브라질 아이들은 입을 다물줄을 몰랐다. 버스는 계속 산을 올라 산맥 정상에 있는 국경에 도착해 입국 심사를 위해 모두 버스에서 내려 산맥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었다. 칠레 국경은 그동안 만난 남미 국경과는 비교도 안되게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짐도 열어보는것이 아니라 x레이 스캔으로 대체했고 너무나 편했다.

심사를 무사히 마치고 이제는 산맥을 내려가는데 왜 생각보다 짧은 거리를 오랜 시간에 걸쳐 가는지 알수 있었으니,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미친듯한 커브들이었다. 헤어핀이라고 하나? 암튼 레이싱 트랙에서 볼듯한 고부라진 길들을 그것도 내리막으로 버스를 타고 내려가니 며칠전 버스 사고가 떠오르며 아찔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르헨티나쪽은 상당히 원만하게 올라갔는데 칠레쪽은 완전 다른 양산이었다. 당연히 버스는 속도를 낼수 없고 게다가 앞에 트레일러라도 내려가면 꼼짝없이 그 뒤를 따라가야 했다.  커브를 따라 천천히 산을 내려오다보니 어느덧 해는 저물고 버스는 한참 재미있게 보던 Ben Stiller 주연의 Heartbreak Kid를 마지막 하이라이트 10분 정도를 남겨두고 산티아고 터미널에 도착해버렸다. 이미 시간은 8시가 다 되어 주변은 컴컴했는데 남미에서 꽤나 잘 산다는 산티아고지만 처음 오는 낯설음과 터미널의 번잡함은 상당히 무서웠다.

산티아고 터미널은 다른 곳 보다 더 정신없게 몇개의 터미널이 한지역에 같이 있었다. 그러고 우리가 내린 터미널은 그 중 가장 지하철역에서 멀었는데 어쨋건 재빨리 지하철역 방향으로 걸어갔다. 다행히 지하철역은 내가 생각한 방향이 맞아 헤매지 않고 바로 찾을수 있었고, 우린 지하철을 타고 숙소를 예약해둔 프로비덴시아 지역으로 갔다. 남미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숙소를 예약할때 가장 중시한 것은 치안이었고, 산티아고에서는 Providencia라는 이 지역이 가장 안전한 번화가라고 해서 예약을 했다. 우리가 예약을 한 곳은 레지던스 같은 아파트로 가장 가깝다는 Pedro de Valdivia역에 내려 주변을 보니 마치 유럽의 한 도시를 와 있는 것처럼 깔끔하고 안전한 느낌이었다. 주변에는 스타벅스 같은 남미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 커피 프랜차이즈부터 레스토랑등이 즐비한것이 처음으로 남미 대도시에서 어두운대도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다만 우리가 예약한 곳은 MG 아파트라는 곳이었는데 주소 근처를 가도 그런 이름은 없고 다른 건물만 보였다. 번호가 순서대로 나가긴 하나 대형 건물이 많은 곳이라 번호를 건너 뛰는게 많아 애매했지만 가장 근접한 건물에 들어가서 경비에게 MG아파트를 아냐고 물어봤더니 여기란다. 맞게 찾아온것만 해도 기뻤는데 무려 경비가 영어를 잘하는 정도가 아닐 정도로 유창했다. 이야, 정말 칠레가 잘 산다더니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알고보니 이 주변에 대학교가 있어 경비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인것 같았고 이 건물도 주로 학생들이나 학교 관계자등이 많이 사는 아파트인데 이곳의 몇개를 한 군데서 사서 단기 임대 형식으로 MG아파트라는 이름을 걸고 운영을 하는 것 같았다.

조금 기다리니 MG아파트 관리자 같은 아저씨가 나왔다. 아저씨는 영어는 아쉽게도 단 한마디도 못했지만 엄청 인상이 좋고 상냥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아저씨가 벽을 가리키며 지난 칠레 대지진때 생긴 균열을 보여줬다. 사실 우린 칠레에 지진이 있었지 하고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는데 벽의 균열을 보니 살짝 무서워졌다. 우리방은 10층에 있었는데 시설이 내가 예약했을때 본 것보다도 훨씬 좋았다. one bedroom 아파트였는데 부엌도 깔끔하게 잘 갖춰져 있었고, 거실과 침실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방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거실과 침실 사이의 벽이 회전이 되어 한개의 tv로 양쪽에서 둘다 보게 되어 있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우린 아까 도시락 이후로 먹은게 없어 근처에 슈퍼로 장을 보러 갔는데 다른 도시였다면 이 시간에 나간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 게다가 슈퍼를 가는 길에 Lan 항공사 사무소까지 바로 우리 아파트 근처에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어 내일 아침에 문 열자 마자 바로 찾아가 남쪽 내려 가는 비행기표를 알아볼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우린 칠레에 왔으니 한국에 미친듯이 수입되는 돼지고기가 주를 잇고 혹시나 삼겹살도 찾을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건만, 돼지는 주로 수출만 하는지 이곳 역시 소고기, 그것도 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한,가 주를 이뤘고 돼지고기는 적은 부위밖에 없었다. 어쨋건 좋은 동네 좋은 숙소에 와서 앞으로 먹을 장도 보고, 현재 가장 큰 고민인 항공사까지 바로 근처에서 찾았으니 너무나 기분 좋은 밤이었다.  

추수가 끝난 멘도자의 와인밭


어느덧 저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눈덮힌 안데스 산맥

안데스 산맥은 정말 멋졌다

산맥을 오르기전 마지막 나타난 동네에서 도시락을 픽업했다.

오늘의 메뉴는 고기 덮밥과 만두ㅋ

따듯한 식사를 포함해주는 아르헨티나의 버스 식사는 너무나 훌륭했다. (콜라 등 원하는 탄산음료도 준다!)

창밖을 바라볼때마다 너무나 그림같은 풍경들

이때 버스에서 우연히 알게된 라틴 음악계의 거성! 마르코 안토니오 솔리스 ㅋ

산맥에 오르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길에는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설경을 너무나 신기하게 보고 있는 맨 앞에 탄 브라질 촌놈들 ㅋㅋ

우리가 오르던 길 정상에 있던 칠레 국경. 공기는 맑은데 모래바람이 장난아니었다.

그리고 칠레로 들어서자마자 나타나는 미친듯한 커브들. 이런곳에서 이니셜D 한번 찍으면 난리나겠다.

내려 가는 길 옆으로는 스키장으로 리프트가 보인다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잽싸게 들어와버린 산티아고 지하철

그리고 너무나 좋았던 MG 아파트


거실과 침실 모두 tv를 볼수 있는 회전벽 시스템!

오랜만에 풍성하게 장을 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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