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맞이하는 2010년

새벽에 내린 소피아 버스터미널은 새로 지은 건물이긴 하지만 뭔가 좁고 분주한게 마음이 썩 놓이진 않았다. 하지만 아직 6시도 안된 시간이라 해가 뜰때까지 터미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래도 무료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도 두대 있고 꽤나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우린 그 컴퓨터로 우리가 갈 아레나 디 세르디카 호텔 가는 방법을 찾아봤다.
불가리아 들어와 가장 달라진 것은 바로 글자다. 우리가 보통 소련글자라고 알고 있는 싸이릴릭의 원산지가 바로 불가리아라고 한다.  그리스글자에서 변형되었다고 하는데 영어처럼 읽을수 있을 같으면서도 없고 참으로 오묘했다.

동이 트고 호텔이 있다는 시내 중심가로 트램을 타고 갔는데 표를 트램 운전수에게서 구입해서 트램안에 있는 펀칭 기계에 표를 넣고 스스로 펀칭을 하면 되는 방식이었다.
트램은 터키와는 아주 거리가 멀게 구공산주의시절부터 운행되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낡았다.
터미널에서 시내까지 거리는 멀지않아 10분 정도 걸려 도착을 했다. 안내방송따위는 없어 쉐라톤을 보고 다음 정거장에 내려 근처 다른 호텔로 들어가 물어보니 친절히 지도까지 주며 설명해 주어 쉽게 찾아갈수 있었다.
우리가 오늘 일박을 한 아레나 디 세르디카 호텔은 꽤나 일반적인 고급호텔이었는데 한 가지가 달랐다. 그것은 바로 호텔 지하에 로마 유적이 있다는 것이다.
몇년전 이곳에 호텔을 짓다가 로마시절 원형 경기장이 발굴이 되어 고민끝에 유적은 유적대로 놔두고 그위에 호텔을 지었다고 하는게 끌려 2010년을 맞는 날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하고 오게 되었다.

아직 아침 8시도 안된 시간이라 방을 줄지 싶었는데 다행히도 프론트의 친절한 언니가 밝게 웃으며 체크인을 해줬다. 
객실은 사진으로 본 것보다도 훨씬 좋아 일반적인 특급 호텔로 손색이 없었으며 인터넷도 무료로 되고 새벽에 체크인도 해줬으니 더이상 바랄게 없었다.
우선 씻고 한숨 자고 시내 구경을 나가기로 했다.

소피아는 소련 진영의 공산국가였던만큼 예전 소련 같은 느낌이 많이 남아 있었다.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거리도 예전 터키에서부터 독립할 때 전쟁에서 죽은 구소련 전사자들을 기리는 성당이었다.
성당은 로만카톨릭이 아닌 러시아정교쪽이라 그런지 지금까지 봐온 교회들과는 다른 스타일이었다.
외관은 아야소피아 같이 둥글둥글하며, 내부는 훨씬 화려하며 금빛으로 떡칠이 되어 있고 여러 페인팅들이 인상적이었다. 엄숙한 분위기에 초를 태우며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로붐비는 성당은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저녁에는 불가리아에 넘어왔으니 불가리아 전통음식으로 유명한 식당을 예약하고 찾아갔다. 식당은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조명이 적은 소피아의 밤거리는 살짝 무서웠다. 길에 사람도 별로 없는데 걸어가는 사람들이 썩 좋아보이는 인상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히 레스토랑에 도착을 했고
평소에는 예약안하면 먹기도 힘들다는 곳이 매우 한산했다. 역시 이곳도 서구식으로 연말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인가보다.
메뉴는 10페이지도 넘는데 정말 다양했다. 평범한 스테이크 같은 음식들도 있지만, 곰이니 사슴이니 하는 많이 먹지 않는 사냥형 메뉴가 즐비했다. 나는 토끼고기를 시키고 달룡이는 멧돼지를 시켰는데 둘다 구운 것을 다시 스튜처럼 끓여내 pot에 담겨 나오는 요리였다. 추운 지방이라 그런지 음식이 매우 느끼했지만 그래도 소,양,닭만 먹던 중동국가에서 왔더니 너무 맛 났다.
문제는 직원들의 서비스가 영 별로였다. 연말이라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둘이 100불이 넘는 세트메뉴를 밀어대고 와인도 좀 싼걸 시켰더니 불가리아에 오신 손님이 불가리아 와인에 대해 나쁜 느낌을 받으면 안 된다며 자꾸 더 비싼 쪽으로 밀어붙였다. 결국 조금 더 비싼 와인으로 (그래봤자 반병에 2만원도 안되는) 바꿔시켰는데 뭐 와인 맛은 매우 좋았지만 암튼 노골적으로 더 비싼걸 팔려는게 괘씸해서 팁으로 내마음을 대신했다.

밥을 먹고 호텔쪽으로 돌아오니 호텔근처 시청앞 광장은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러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우린 방에 들어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조금 더 있다가 11시반쯤 되어 다시 광장으로 내왔는데 광장은 이미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인파로 가득찼다. 소피아가 그리 크지 않은 도시라 좀 쓸쓸히 2010년을 맞이하는게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완전히 기우였다. 오히려 이렇게 많은 인파사이에서 새해를 맞는건 딱 10년전 밀레니엄때 뉴욕 타임즈스퀘어 이후 처음인 듯 했다. 방송용 무대에서는 전통음악, 현대음악 할것없이 이것저것 퍼포먼스가 계속 되었고, 자정 카운트다운과 함께 하늘에서는 불꽃놀이와 누군가 뿌린 샴페인이 범벅이 되어 우리에게 떨어졌다.

이제야 동이 틀락말락하는 소피아의 터미널 앞 버스 정류장. 그놈의 싸이릴릭 글자때문에 버스는 포기하고 트램타고 출발

우리가 타고 간 트램. 이스탄불 있다 오니 정말 구형이다

길거리마다 보이는 카지노와 폐허같은 건물들이 조금 무서웠지만 창너머 보이는 kfc가 우리의 마음을 녹여준다

이곳이 시내의 가장 한가운데. 어딘지 모르게 소련같다

시청앞 광장. 원래 한가한건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저녁에 카운트다운행사한다고 바리케이드를 쳐놔 차가 없다
헤매던 끝 드디어 호텔 도착. 첫날올때만이라도 언제나 택시타고 편히 가고 싶지만 결론은 매일 짐을 끌고 헤매다 도착..

그래도 너무나 좋은 객실에 따뜻한 스태프까지.. 불가리아 최고의 호텔이 아닐런지

한숨자고 다시 나온 시내. 시티뱅크 광고판이 보여 찾아 헤매었으나 결국 오늘은 휴일이라 문을 닫았고 atm은 없다

아침에 헤맬때 보게 된 중국식당 구룡반점을 찾아 다시 헤매 점심을 먹으러 왔다. 맛있는 중국집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먹는 돼지요리에 마파두부까지 완전 풍성

알렉세이 네브세이 성당앞 노점상 공원. 유럽은 유럽인게 과연 누가 살까하는 잡동사니를 놓고 판다

지금까지 본 성당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알렉세이네브세이성당. 관광지이면서도 동네사람들도 찾는 이런 곳이 좋다

분위기 썰렁한 소피아의 밤거리에 잘 어울린 연극용 극장

서비스는 개떡같지만 음식은 맛있던 Manastirska Magernitza
분위기에 걸맞게 사냥할수 있는 모든 동물을 판다
맛있지만 정말 느끼한 불가리아 요리들. 저걸 버터듬뿍넣은 밥과 함꼐 먹는다

연말을 맞이해 텅 빈 소피아의 다운타운


시청앞 광장에는 슬슬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직 10시정도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우린 호텔로 들어가 휴식후 다시 나왔다

그 짬을 이용해 둘러본 호텔 지하의 유적. 원형경기장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현대 건물속에 이런게 있다는게 신기하고, 이것을 훼손하지 않고 건물을 올렸다는게 신기
원형경기장에 들어가던 동물들의 발자국들도 남아있다

다시 나온 광장에는 인파로 가득

이미 5월이지만 어쨋건 Happy New Year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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